반도체 산업이 AI 혁신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나 TSMC 같은 대형 칩메이커들의 공정 미세화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주목할 점은 화려한 메인 스테이지 위의 기업들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소비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특히 TCK(티씨케이)와 같은 전문 소재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몇 년간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이 회사가 왜 다시 주목받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가치가 정말 재평가될 만한지 살펴보겠습니다.

SiC 링, 반도체 식각공정의 절대 필수품
TCK의 핵심 제품을 이해하려면 먼저 반도체 제조공정의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반도체 웨이퍼는 노광, 식각, 증착 등 여러 공정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식각(Etching)' 공정에서는 회로 패턴을 정밀하게 깎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웨이퍼를 정확하게 고정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 '포커스 링'입니다.
과거에는 실리콘(Si)이나 쿼츠(Quartz)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이 7나노, 5나노 이하로 미세화되면서 공정 온도와 화학적 가혹성이 극도로 높아졌고, 기존 소재들로는 자주 손상되고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콘 카바이드(Silicon Carbide, SiC)로 만든 링이 등장했습니다.
SiC 링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내구성이 기존 소재 대비 1.5배 이상 우수해 교체 주기가 길어집니다. 둘째, 초고온과 강력한 플라즈마 환경에서도 변형이 적어 공정 수율(Yield)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셋째,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한 특성을 지닙니다. TCK는 이 SiC 링 시장에서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점유율 7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장비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같은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협력관계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가시화되는 실적 개선
TCK의 매출과 이익이 개선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산업 사이클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회복입니다. 2024년 메모리 업체들의 가동률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2025년에는 더욱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NAND 플래시 메모리의 다층화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업체들이 300단층 이상의 고단층 NAND 양산을 확대하고 있는데, 단층이 높아질수록 식각 공정 횟수가 증가하고 공정 시간이 길어집니다. 결과적으로 SiC 링의 소모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량 증가도 TCK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HBM 공정에는 복잡한 식각 단계가 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SiC 링의 수요가 상당합니다.
이러한 수요 증가가 실적에 반영되는 모습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4년 연간 기준으로 TCK의 매출은 약 2,757억 원(전년 대비 약 22% 증가), 영업이익은 약 807억 원(전년 대비 약 21% 증가)을 기록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2025년 들어 성장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1분기 기준 매출은 약 78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5억 원으로 35%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195억 원으로 25%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일시적인 수요 증가가 아니라 구조적인 업황 회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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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개선과 재무 건전성
TCK의 또 다른 강점은 극도로 높은 영업이익률입니다. 2025년 1분기의 영업이익률은 약 30%에 근접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제조기업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SiC 링 제품이 높은 기술 장벽을 바탕으로 가격 결정력이 우수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 번 도입되면 품질 신뢰성 때문에 쉽게 교체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재무 구조도 매우 건전합니다. 2025년 반기 기준으로 총자산은 약 5,664억 원, 부채는 583억 원에 불과해 부채비율이 약 10% 수준입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구조로, 경기 변동성에 대응할 충분한 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건한 재무 상태는 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 다변화와 고객사 확산
TCK가 장기적으로 직면했던 리스크 중 하나는 매출 집중도였습니다.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점이 영업의 변동성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TCK는 중국 장비 업체 및 메모리 제조사들과의 거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YMTC, CXMT 같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확대 수혜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매출 구조를 다층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허 만료 리스크와 기술적 해자
TCK를 조사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SiC 링 관련 특허의 만료와 그에 따른 경쟁사 진입입니다. 일부 특허가 이미 만료되면서 중국 업체 등 후발주자들이 유사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분명히 주의 깊게 봐야 할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특허 만료가 곧 시장 점유율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극도로 까다로운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모양만 같은 제품으로는 부족하고, 수천 도의 고온과 강력한 플라즈마 환경에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대량 양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TCK가 글로벌 장비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차세대 공정 설계에 참여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확보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해자를 강화하는 행동입니다. 또한 '비포 마켓(순정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고가의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는 한 번의 공정 실패가 수십억 원의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검증된 순정 부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6년 이후의 성장 전망
여러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TCK의 성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2026년 이후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본격화되는 시기와 맞물립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이 가속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 연도 | 매출(추정) | 영업이익(추정) | 영업이익률 |
| 2024 | 약 2,757억 원 | 약 807억 원 | 약 29% |
| 2025 | 약 3,000억 원대 | 약 830억 원대 | 약 28% |
| 2026 | 약 3,900억 원대 | 약 1,300억 원대 | 약 33% |
위 표는 여러 투자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추정치를 종합한 것입니다. 특히 2026년의 영업이익 성장이 주목할 만한데, 이는 공정 미세화로 인한 SiC 링 사용량 증가와 고단층 NAND 양산 확대, HBM 생산 확대가 동시에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투자 판단의 기준점
TCK는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성장 트렌드(미세공정화, AI 확대, 데이터센터 증설)에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기업입니다. 또한 높은 영업이익률과 건전한 재무 구조, 강한 기술 장벽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 판단 시 고려할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반도체 업황의 주기성입니다. 메모리 칩의 가격 변동이나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축소 시 실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둘째, 중국 경쟁사의 추격입니다. 특허 만료로 인한 모방 제품이 저가로 시장 침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셋째, 현재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입니다. 경쟁 심화나 고객사의 협상력 강화로 마진이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기술 산업 투자의 특성상 정확한 미래 실적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TCK가 제시하는 현재의 펀더멘털—빠르게 개선되는 실적, 견고한 재무, 구조적 수요 증가—이 앞으로 1-2년 동안 계속 작동할 가능성은 상당해 보입니다. 이것이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이 TCK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